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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일 -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글쓴이 : 뉴스관리자
등록일 : 2022-12-03 조회수 : 177

출연 :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진행 : 신두식 BBS 경제산업부장

 

 

신두식 :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드라마 오징어게임, 그리고 BTS 열풍까지 이른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K-콘텐츠 열풍 속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영화와 드라마 등 K-콘텐츠 확산에는 1cm의 자막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의 문학작품 역시 K-콘텐츠 열풍의 다음 주자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번역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오늘은 한국문학이 세계의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한국문학번역원 곽효환 원장과 함께 우리 문화의 세계화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잠시 후에 계속하겠습니다.

 

 

 

오늘은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님 모셨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곽효환 : 안녕하세요?

 

신두식 : 먼저 한국문학번역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청취자들께 소개를 해주시죠.

 

곽효환 :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만든 공공기관입니다. 1996년에 한국문학번역금고라는 이름으로 출발을 했고요. 2001년에 한국문학번역원이라는 이름으로 출범을 다시 했죠. 주 목적은 전세계인들이 한국문학을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번역과 출판, 한국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하고 출판하는 일, 또 그런 번역가들을 양성하는 일, 그 다음에 한국문학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많이 읽히고 또 회자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교류하는 일, 이런 일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신두식 : 주요 사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곽효환 : 말씀드린 대로 맨 앞에 번역출판지원사업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현재까지 번역원에서는 한 40개 언어권에서 1,800 작품 정도를 외국에서 출간했습니다. 올해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에 후보로 오른 정보라 씨의 <저주토끼>라든지 박상영 씨의 <대도시의 사랑법> 이런 작품들을 저희 번역원에서 번역해서 출판까지 쭉 지원을 했고요. 두 번째로는 번역한 결과물들이 널리 알려지고 또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해서 국제교류/홍보 같은 것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 독자들이 한국문학작품에 대한 리뷰 대회를 갖게 한다든지 또 지난 9월에 있었습니다만 서울국제작가축제라는 것을 열어서 외국의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이 만나서 서로 교류하는 그런 역할도 하고 있고요. 또 한국문학 및 문학콘텐츠의 전문 번역가를 양성하는 일을 합니다. 번역아카데미를 통해서 전문 원어민 번역가 양성을 하고 있고요. 또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영문 계간잡지인 <KLN>, 디아스포라 한글문학 웹진인 <너머>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신두식 : 사실 영화나 드라마는 영상으로 어느 정도는 보는 분들한테 전달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문학작품 같은 경우에는 사진이라든지 삽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글로써 전달해야 되니까 번역이 더욱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되는데요. 어떤가요?

 

곽효환 : 실제로 다른 영상 콘텐츠는 반응이 즉각적이죠. 눈으로 보는 게 있는데 문학이라는 것은 찾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더 반응이 느려서 독자 분들께서는 왜 K-콘텐츠들이 다 잘 나가는데 문학은 더디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 K-콘텐츠 중에서도 문학이 더디기는 하지만 대신 활자화되어 있는 것들은 번역을 통해서 한 번 접근하게 되면 굉장히 오래 간다는 강점이 있을 겁니다. 있다가도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겠습니다만 한국문학이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조금 늦게 반응이 오지만 현재 굉장히 강하게 불붙고 있고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굉장히 크게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역시 그 핵심에는 번역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바로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되거든요?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보통 한 작품을 번역해서 출판하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1, 길게는 2~3년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 영향도 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두식 : 지난 2016년에 아시아 최초로 세계적 권위가 있는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번역자도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수상할만큼 문학계에서 번역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곽효환 : 그렇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죄송하지만, 미술, 음악 이런 것들은 사실 번역 이전에 전달되는 부분이 많이 있잖아요? 문학작품은 번역을 통하지 않고서는 전달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셔야 합니다. 대신 문학이 갖고 있는 강점들을 늘 말씀드리는데, 문학이 뭐냐고 말씀드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 시대, 또는 한 집단이 어떠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를 담고 있는 지형도가 문학이다. 그렇게 봤을 때 그 문학작품이 갖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은 이런 겁니다. 한 번 번역돼서 옮겨가게 되면 그냥 한 텍스트가 가는 것이 아니라 그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신, 한 시대, 한 세계관이 그대로 옮겨가는 것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옮겨갔을 때 갖게 되는 영향력들은 굉장할 겁니다. 그리고 르 클레지오라는 프랑스 노벨문학상 작가가 한 말이 있는데요. 불평등의 시대 속에 유일하게 평등한 것은 문화교류다. 문화라는 것은 우열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문화가 주고받고 한다는 것은 다양성도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만 평등하게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 핵심에는 문학이 있다.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이런 면에서 봤을 때 문학번역이라는 것은 조금 더디지만 아주 깊고 오래가고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두식 : 해외 독자들에게까지 우리 문학의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번역이 중요하고 번역가도 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상당한 문학적 지식도 있어야 될 거고요. 이른바 내공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번역가, 한 번 말씀해주시죠.

 

곽효환 : 참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제가 꼭 번역가가 되는 느낌도 받게 되는데요. 보통 분들 생각하실 때 번역하면 언어에 능통하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데 저는 그것은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문학작품 번역을 하려면 두 가지 언어에 능통해야 합니다. 출발어와 도착어 양쪽 언어에 모두 능통하지 않으면 좋은 번역이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번역가한테 필요한 것은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 이런 사회적 맥락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외국에 번역된 작품들을 읽다 보면 그 나라의 그 시대의 모습이 어땠는지, 풍습이 어땠는지, 문화가 어땠는지, 역사가 어땠는지 궁금하잖아요? 번역자가 그걸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않으면 좋은 번역으로 옮겨갈 수가 없는 겁니다. 어제도 제가 그런 고민들을 계속 하면서 번역자들하고 이야기했는데, 요즘 번역자들이 갖게 되는 가장 큰 고민은 언어적 스킬이 아니라 언어를 넘어서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나의 지식과 역량이 부족한 것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정말 번역이라는 건 쉽지 않겠다. 그래서 실제로 저희가 번역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착어에 능통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셰익스피어 번역을 영국 사람이 한국말로 번역할 수는 없거든요? 우리가 외국인이 한국말 잘한다고 할 때 그 잘한다는 것은 외국인 치고 잘한다는 거지 그 사람이 한글로 말하고 쓰고 할 때 보면 너무 어색하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문학작품을 외국어로 옮길 때는 한국인이 한다는 것은 의미는 전달할 수 있겠지만 예술 텍스트로 옮겨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은 원어민, 영어로 번역할 때는 영어가 자기 제1언어인 사람, 불어로 번역할 때는 불어가 자기 첫 번째 언어인 사람이 번역을 해야지 그 텍스트로, 독자한테 읽힐 때 가장 뛰어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해주시면 아주 쉬울 것 같습니다.

 

신두식 : 영어공부할 때 직역이냐 의역이냐 이런 이야기도 하고 하잖아요? 그 의미를 담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곽효환 : 실제로 그렇습니다. 제가 번역가들의 변화양상들을 조금 설명을 드리면, 한국문학이 해외에 소개되는 걸 정책적 번역으로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입니다. 물론 한국문학 해외소개역사를 쭉 따지다 보면 1889년의 미국 선교사인 호레이스 알렌이라는 분이 미국 푸트남 출판사에서 <Korean Tales>라는 한국구비문학 작품집을 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초기 단계는 대개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호기심을 갖고 한국을 소개하는 정도였는데 1967년에 우리나라에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게 뭐냐면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문학상을 받습니다. 우리가 다른 건 참지만 일본이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는 뭐하고 있냐는 생각을 하잖아요?

 

신두식 : 그렇죠. 특히 문학상인데.

 

곽효환 : 그렇습니다. 1977년에 지금의 문화예술위원회의 전신인 문예진흥원에서 번역지원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결과물이 1980년에 황순원 선생의 <>이라는 작품집이 홍콩 하이네만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이때부터가 우리가 정책적 번역지원의 출발점으로 봅니다. 이때부터 1990년대까지 번역에 참여한 분들은 외국문학을 전공한 한국인 교수들이었어요. 외국어에 능통하다 하더라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미는 전달하지만 문학이라는 것은 예술인데, 예술적 텍스트로는 많은 한계가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대산문화재단이 참여하면서 한국인과 외국인이 공동번역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외국어에 능통한 한국인하고 한국어 또는 한국문화에 능통한 외국인이 공동번역을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최현무-파트릭 모리스 또는 최미경-장 노엘 주테 이런 프랑스 번역자들의 번역작품이 프랑스 언론에 주목받고 또 브루스 풀턴 부부 이런 분들이 번역한 것들이 예술 텍스트로 읽히기 시작하면서 한국문학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학작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나 이때만 해도 좋아지기는 했지만 완벽한 예술 텍스트로는 한계가 좀 있습니다. 그래서 2014년에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이 미국의 크노프라는 상업 출판사에서 출판이 되는데 이게 굉장히 잘 팔리고 흥행에도 성공합니다. 이 번역자가 김지영이라는 원어민 번역자입니다. 어머니가 유영난이라는 아주 유명한 번역가이신데 이 분이 자기가 갖고 있는 한계를 깨닫고 딸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 유학을 보냅니다. 그리고 거기서 번역을 가르치는데 딸 굶을까봐 부전공으로 법학도 시킵니다. 그래서 키운 번역자가 거의 원어민 번역자죠. 그래서 이 김지영 씨가 번역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영어권에서 성공을 하고. 또 여러분이 잘 아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작품 번역자가 데보라 스미스라는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여성입니다.

 

신두식 : 이 분은 국적이 어디신가요?

 

곽효환 : 영국 분이시죠. 김지영 씨도 국적은 미국입니다. 이런 원어민 번역자, 원어민이라는 것은 그 나라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 언어가 첫 번째 언어인 사람. 그러면서 3세대 번역자들이 등장하면서 한국문학이 붐을 일으킵니다. 2016년 이후로 한국문학작품이 해외에서 계속 문학상을 받는 일이 생깁니다. 매년 적게는 3, 많게는 6개까지 문학상을 받습니다. 이제 3세대 원어민 번역가의 등장이 본격적인 붐을 일으키는 것이고요. 여러 가지 숫자들은 제가 좀 있다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신두식 :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해외 한류 콘텐츠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서 전문 번역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특히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곽효환 : 아까 말씀드린 것하고 같은 맥락에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한국문학, 또는 한국문화예술콘텐츠가 세계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원어민 번역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원어민 번역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거거든요? 저희 번역원에서 2008년부터 번역 아카데미라고 번역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두고 번역가 양성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번역가들의 80% 정도가 원어민 번역자입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학과를 막 마치고 온 뛰어난 20대 초중반의 학생들인데 이 분들이 번역 아카데미에서 2년 공부하고 나서 그 다음 길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학위를 줘야 되겠다. 학위를 받으면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에 유학가면 공부하고 돌아와서 한국에 취직하듯이 이 아이들이 학위를 받고 돌아가면 그 나라에서 교수가 되고 전문 번역가가 되고 문화예술기관 종사자가 되면 이때부터는 죽을 때까지 한국문학, 한국문화로 먹고 사는 겁니다. 그래서 번역가뿐만 아니라 한국문화 해외 포스트가 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좀 정책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되겠다. 제가 이런 비유가 좀 극단적이기는 합니다만 지난해 일본 근대사 문제 때문에 하버드 대학의 램지어 교수가 일본을 두둔했을 때 막 우리가 비난했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나는 부럽다고 그랬어요. 왜 부럽냐고 하길래 저런 인력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부럽다. 그 사람은 일본에서 자랐고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이고 일본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일본에 대해서 지지발언을 하는 것은 자기 역할을 한 거죠. 우리는 그 사람을 비난하기에 앞서서 저런 인력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에서도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이 너무 절실하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두식 :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지원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한국문학을 알리기 위한 전략도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곽효환 : 사실 이게 저희가 그동안 많이 실수한 부분이 이 부분이기도 한데요. 시장의 논리를 저희가 놓쳤던 것이 커요. 제가 최근에 우리 번역원에서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뭘 소개하고 싶은가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현지 독자들이 뭘 알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했냐면 우리끼리 모여서 야, 우리가 해외에 소개해야할 때 필요한 작품목록 만들어 봐, 쭉 만들어서 번역해서 각국에 출판해달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 분들은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반대로 그 사람들이 원하는 작품들을 갖고 가면 먹히겠죠. 예를 들면 브라질 같은 데에 나가고 싶은데 브라질 독자들은 추리소설을 원한다, 시장에서도 추리소설이 잘 팔린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도 한국의 좋은 추리소설부터 갖고 들어가서 한국문학의 인지도가 생기면 그 다음에 황순원도 소개하고 이런 식으로 갔어야 했는데 우리는 현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처음부터 황순원, 김수영 이런 식으로 밀고 가거든요? 우리는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런 결과가 나온 겁니다. 그래서 이제 전략을 좀 바꿔야겠다. 수용자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기 위해서 작년 올해 저희 번역원에서 해외 출판시장 분석 및 해외진출전략연구를 합니다. 크게 주요 대륙별로, 또 거점국가별로 출판시장 조사를 합니다. 이 나라에서 번역물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이 중에 문학작품의 선호도는 어떻게 되는지 한국문학에 대한 인식도는 어떤지 이런 것들을 쭉 조사해서 그것에 맞춰서 국가별로 또는 언어권별로 맞춤형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빠르면 내년부터는 한국문학이 해외로 나가는 전략들이 과거하고는 획기적으로 바뀔 겁니다.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겁니다.

 

신두식 : 상품으로 치면 생산자 위주가 아니라 소비자 위주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곽효환 : 그렇죠. 옛날에 미국 자동차가 몰락한 것이 소비자 시장은 굉장히 경제적이고 민첩한 것으로 바뀌고 있는데 포드자동차 옛날처럼 기름 많이 들고 큰 차를 계속 만드니까 결국 일본차한테 밀려서 위기가 온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좀 늦었지만 적절하게 저희가 변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두식 :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이 시간에는 출연하신 분이 좋아하는 노래나 음악을 들려드리는 시간이 있는데요. 바로 명사의 음악시간입니다. 곽효환 원장님께서는 어떤 노래 듣고 싶으십니까?

 

곽효환 : 글쎄요. 제가 오면서 노래 두 개를 생각했는데 하나는 제가 대학시절에 열심히 따라 불렀던 노래도 생각했고 또 한편에는 제가 정말 존경했던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이맘 때면 늘 혼자 흥얼거리고 저희들 앞에서 불렀던 노래인데, 후자 쪽을 택하겠습니다. 최백호 가수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라는 노래인데요.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을 한 번 생각하면서 들어보겠습니다.

 

신두식 : 알겠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 곽효환 원장님이 신청하신 곡입니다. 최백호 씨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듣고 계속하겠습니다.

 

 

 

BBS 경제토크 오늘은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 원장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원장님 요즘에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열풍이 일고 있잖아요? K-, 드라마, 영화가 한류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국문학은 그에 비해서 조금 미약하다, 이런 평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곽효환 : 미약하다기보다는 조금 늦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고요. 저희가 분석한 거로는 지금 한국문학은 문학한류의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이양되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하느냐, 하실 텐데 우선 여러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1년에 한국문학작품이 해외에서 출판되는 양이 200종을 넘어섰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증가추세를 보니까 이런 식으로 가면 한 5년 후 쯤에는 연간 300종 정도의 한국문학작품이 해외에서 출간될 것 같습니다. 굉장한 양이죠. 두 번째로는 2016년 이후로 해외의 크고작은 문학상을 꾸준히 받습니다. 입후보수는 훨씬 많고 적게 받을 때는 3, 많을 때는 6개 정도의 해외문학상을 받고 있고요. 또 하나는 연간 200종 이상의 한국문학작품이 출간되고 있다는데 이 중에 한 80% 이상이 외국에 있는 출판사가 먼저 한국 저작권을 산 다음에 그 저작권 계약서를 가지고 번역원에 지원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장기능에 들어가있다. 그 다음에 선인세 규모가 매년 증가합니다. 예를 들면 선인세가 2만 달러, 2,500만 원 정도면 세계 탑클래스 작가들이 받는 인세인데 우리 작가도 그 정도의 선인세를 받는 작가들이 한 대여섯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누적판매량이 조남주 선생의 <82년생 김지영> 같은 경우는 30만 권이 넘었습니다. 5만부에서 10만부 이상 팔리는 책, 10개 언어 이상으로 팔리는 작품들이 두자리 숫자를 넘어섰다, 이런 근거들을 봤을 때 지금 한국문학은 막 불붙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진짜 본격적이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노벨문학상은 언제 받느냐,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건 제가 점쟁이가 아니니까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노벨문학상은 한국문학의 목표는 아니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되는 과정 속에서 거쳐가야 될 관문이다. 그래서 번역원이 하는 일은 제비 한 마리, 노벨문학상을 받게 하는 일이 아니라 봄을 부르는 일을 해야 된다. 봄이 오면 꽃도 피고 강물도 흐르고 숲도 우거지고 제비도 오고 나비도 날거든요? 그러니까 저희가 하고 있는 그런 일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따라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두식 : 원장님께서는 지금은 행정가로 자리하고 있으시지만 시인으로 활동하시면서 문학인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작품도 많이 남기셨는데. 시를 써야겠다고,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세요?

 

곽효환 : 제가 고등학교 다니는데 저희 국어 선생님이 무명의 비평가셨는데, 저는 그 분이 그렇게 멋있었어요. 어느날 이 분이 오시더니 저희반에다 야, 너희 무슨 책을 읽냐, 그랬더니 제 짝이 저는 최인훈의 <광장>을 읽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 분이 제 짝한테 급 관심을 보이면서 수업은 안하고 계속 <광장> 독후감만 주고받는 거예요. 저도 하굣길에 <광장>을 샀죠. 고등학생이 읽기에 좀 어렵더라고요. 그때 깨달은 것이 문학이라는 것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대학에 들어가서 김수영 시인을 만나면서 시인이라는 것이 소심하지만 불의에 맞서서 계속해서 저항하는 정신을 보면서 시인이 되기로 결심을 했죠. 그게 저를 시인으로 만들어준 동력인 것 같습니다.

 

신두식 : 좀 애착이 가는 시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곽효환 : 애착 가는 시라는 질문은 어느 아들이 제일 예쁘냐는 질문하고 비슷한 질문인데요. 제가 사실 다섯 번째 시집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봄이나 여름 쯤에 나왔어야 되는데 지난해 번역원장 부임하면서 너무 바빠서 못했다가 이제 원고 넘겨서 내년 봄 쯤 시집이 나올 텐데 거기에 수록된 시 중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들, 지난 10.29 참사 이후의 우리 상황들하고 잘 어울리는 시가 있어서 한 편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불안과 고통에 처해있는 사람, 혹은 슬픔에 잠겨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라는 시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신두식 : 좀 해주시죠.

 

곽효환 :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인적이 끊긴 텅 빈 도심의 광장

언젠가 가누지 못할 슬픔으로 내가 울던 자리에 숨죽여 흐느껴 우는 사람이 있다 (이 넓은 광장에 우리가 소리내어 울 공간은 없다) 두 무릎 사이 얼굴을 묻고 들썩이는 어깨가 어딘지 낯설지 않다 흐릿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비치는 그의 한쪽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얼룩이 되었다가 주변을 뿌옇게 흐린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까 그는

누구를 보낸 것일까 혹은 무엇을 잃은 것일까

한없이 흐르는 슬픔 나는 그 깊이와 끝을 가늠할 수가 없다 다가가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냥 곁에 앉아 그와 함께 울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끝없이 흐르는 혹은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의 등을 쓸어주며 작은 용기를 흘려보내고 두 팔을 벌려 너덜너덜해졌을 그의 마음을 보듬어주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렇게 슬픔에 감염되고 슬픔을 통해 연대한다

저마다의 몸과 마음에는 크고 작은 구멍들을 추스르고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우리는 만날 것이다

 

 

신두식 : 좀 힐링이 되는 시가 아닌가 싶은데요. 시인이자 한국문학 연구자, 그리고 예술문화 행정가라는 길을 걸어가고 계시는데. 지난해 5월에 번역원장 취임 이후에 강조해오신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이건 어떤 길이라고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곽효환 : 그동안은 한국문학의 세계화, 한국문학 해외에 소개하기 이런 말을 썼는데 이건 사실 내가 주변에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지금 21세기에 한류가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지금에는 그런 개념보다 세계문학의 일원으로서의 한국문학 이런 개념을 설명하는 겁니다. 보통 우리가 세계문학하면 떠오르는 것이 맨 앞에 셰익스피어가 있고 그 다음에 괴테가 있고 그 다음에 빅토르 위고가 있고 도스트옙스키, 톨스토이 찍고 헤밍웨이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서 끝나는데 여기에 한국문학 자리가 없지 않습니까? 저는 한국문학이 이렇게 세계문학의 지형도를 그릴 때 아까 말씀드린 그 구도 속에 한국문학의 자리가 있게 하는 그런 것이 필요하겠다. 그래서 제가 이제부터는 세계문학 지형도에 한국문학의 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자, 그래서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이런 개념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신두식 :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앞장서기 위해서 한국문학번역원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한국문학 번역출간에 관한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온라인 플랫폼을 출발시켰다고요?

 

곽효환 : , KLWAVE, 코리아 리터러쳐 웨이브라는 건데요. 이건 한국문학 번역출판교류에 관한 모든 것들을 모아놓은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B2B, B2C 기능을 겸하고 있는데 B2B기능은 국내외에 있는 출판사들이 한국문학에 대한 저작권 교류를 자유롭게 하고 정보도 나눌 수 있는 그런 한 축이 있고요. 다른 한 축으로는 일반 독자들이 한국문학에 대한 번역출판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저작권이 없는 고전작품들은 다 전자책으로 개방해준다든지 또 한국문학이 해외에 소개됐으면 그 책에 대한 현지 반응이나 리뷰는 뭐가 나왔는지, 또 그 작가들의 작품은 뭐가 번역되어 있고 그 번역된 작품의 번역가는 누구고, 그 번역가는 어떤 작품을 번역했고 이런 정보들을 우리가 잘 모르지 않습니까? 이 안에 들어가면 모든 것을 다 확인할 수 있게 해주려고 하고 있고요. 또 번역원의 번역지원사업 또는 관계된 지원사업들을 다 플랫폼으로 옮겨와서, 저는 포스트 코로나의 다른 말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사업에 대한 디지털화, 그리도 한국문학 번역출판에 관한 모든 정보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을 구축해서 지난 1114일 오픈했습니다.

 

신두식 : 한글로 글을 쓰는 해외 작가들을 위한 온라인 문학잡지도 창간했다고요?

 

곽효환 : ,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한글로 글쓰기, 한글로 문학하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국내 작가 중에 디아스포라적인 글쓰기하는 분, 그 다음에 탈북자, 자이니치, 고려인 이런 해외동포들, 또 교포들, 또 한국어로 글 쓰는 외국인들 이런 분들이 한국어로 글쓰고 한국어로 창작활동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디아스포라 문예 웹진인 <너머>라는 잡지를 만들었는데요. 여기에는 전 세계에서 한글로 글쓰는 분들이 참여해서 문학작품도 발표하고 디아스포라에 대한 여러 담론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이런 웹진을 개통을 했는데 개통한지 이제 보름이 지났는데요. 독자가 벌서 3천 명이 넘습니다. 그래서 이게 좀 더 확산되면 한글로 글쓰기해도 세상이 열리겠다. 그래서 너머신인문학상도 만들어서 한글로 글쓰는 신인도 발굴해서 좀 더 많은 장을 여러주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두식 : 의미있는 일이 계속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다 됐는데요. 청취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한 말씀 해주시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곽효환 : 독문학계의 거장인 프란츠 카프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어있는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저는 그 도끼의 역할을 하는 것이 문학과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이에 굉장히 많은 장벽과 경계들이 있는데요. 문학작품이 그런 것들을 깨부수면서 서로를 이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문학의 기능을 많이 생각해주시고 한국문학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두식 : 앞으로도 우리 문학의 세계화,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문학을 위해서 더욱 힘써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곽효환 : 고맙습니다.

 

신두식 : 지금까지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 원장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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